2015년 프랑스, 핀란드 (파리, 아를, 헬싱키)

26살때 처음으로 유럽에 갈 기회가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가구 박람회가 밀라노에서 열리는데
회사의 도움을 받아 관람할 수 있게 된것이었다.
내가 유럽이라니!! 배행기 안에서 참 가슴이 뛰었었다.

공항에 도착하여 시내로 가는 도중에 직원들이 서로
학교 다닐적 유럽에서 지냈던 이야기들을 나눴다.
자기는 빈에서 파리까지 한달동안 여행 했다느니..
런던의 친구집에서 반년을 살았다느니..
교환학생 혹은 어학연수로 어디어디에서 공부했다느니..

이윽고 사람들이 나에게 물어봤다.
기욱씨는 어디어디 갔다왔냐고..
.... 나는 유럽이 처음이라고 했다.
사람들이 의아하다는듯이 물었다.

[아니.. 학교 다닐때 뭐했어요???]
[.....]

.... 말문이 막혔다.
.... 가난한 대학생이었던 나는 방학때 열심히 알바만 했는데;;
당시 직원들 대부분이 명문 미대생들로..
그들(금수저)에게 유럽여행은 당연한 일이었던듯..

... 10여년의 세월이 흐르고..
이제는 나도 경제적으로, 시간적으로 여유가 생겼기에
홀로 배낭 하나 메고 유럽을 다녀왔다.

영어도 못하는데;; 혼자서 지구 반대편의 여행이
조금 무섭기도 했지만.. 막상 해보니..
스마트폰만 있으면 그럭저럭 다닐만했다. (잡스형 만세 ㅠ)

도시별로 느낀점과 소소한 tip 들을 공유할까한다..


<헬싱키>
파리 in 이었지만..
항공이 핀에어라 헬싱키 경유..
스톱오버가 무료길래 이틀간 여행했다.

헬싱키는 참 깨끗하고 조용한 도시라고 해야할까?
관광도시라고 하긴 좀 그렇다.
관광지라곤 원로원 광장과 대성당.. 우스펜스키 성당 정도?
아테네움 미술관도 제법 유명한듯..

현지인이 추천해준 수오멘리나 섬도 가봤는데
경치가 멋지긴 하지만.. ㅎㅎ 제주도 느낌..?
(물론 제주도가 더 훌륭하다!)

배를 타고 2시간만 가면 탈린이라고..
동화속 마을같은 너무 아름다운 곳이 있지만..
이때는 유럽여행 초기라 무서워서(?) 가보진 못했다..

헬싱키 사람들의 꿈은 여름휴가때 교외의 별장에서
숲속 사우나도 하며 쉬는거라고 한다.
바이킹의 후손들 치고는 너무 소박한 꿈;;

카오메식당 이라는 영화 때문에 일본사람들은 꽤 많았지만
한국 사람은 구경도 하지 못했다.
이틀 꼬박을 내내 걸어다니면서 꽤나 외롭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9월말이었는데도 굉장히 추웠던거 같다.

한적하고, 조용하고, 깨끗하고, 북유럽의 정취를 즐기고 싶다면
하루, 이틀 정도 여행하기에 괜찮은 도시인듯..
난 못가봤지만.. 시간을 내어 탈린도 꼭 가보시길!



<파리>
공항에서 내려 버스를 타면 오페라 하우스 앞에 내리게 된다.
오페라 하우스 건물과 파리의 거리를 보는 순간
오 마이갓! 내 눈을 의심캐 하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건물들에
어이없는 웃음이 입가에서 계속 흘러나왔다.

배낭을 메고 그냥 걸음이 가는데로 계속 정처없이 걸었는데
아름다운 거리의 풍경에 참 행복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까지 유럽이라곤 딱딱한 밀라노와 헬싱키 뿐이었으니..)

숙소에 짐을 놓고, 다시 파리의 야경을 산책하는데..
루브르 궁전 앞에서 또 입이 쫙 벌어졌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건 너무 사기다..
어려서부터 이런 환경에서 자라온 사람들과
어떻게 미적감각을 경쟁할 수 있을까..
디자인 일을 그만둔걸 참 잘한거 같았다;;

개선문을 거쳐 사요궁전 위에서
에펠탑의 야경을 봤을때의 그 감동이란..

에펠탑이 지금에야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물이지만
처음 세워졌을때 많은 시민들이 흉물이라고 반대했다고한다.
한 시인은 에펠탑을 보지 않기 위해서 에펠탑이 보이지 않는 유일한 장소인
에펠탑 건물 안에서 매일 식사했다고..

몇 일동안 파리를 부지런히도 두발로 걸어다녔다.
꼭 유명한 곳보다도 그냥 골목 구석구석을
마음내키는데로 돌아다녀보길 추천한다.

파리는 루브르 박물관과 오르쉐 미술관이 유명한데..
한국 사람들은 오르쉐를 더 좋아한다.
이곳에 고흐의 자화상이 있는데 굉장히 인상적이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려있는 곳..


루브르 박물관에는 인류의 위대한 유산들이 많이 있지만..
짧은 치마를 입고 계단을 올라가는 프랑스 아가씨의
다리에 더 눈길이 갔었다는게 함정.. 하하..

베르사유의 궁전은.. 궁전내부와 정원표가 따로 있는데..
줄이 정말 어마어마하다. 개인적으로는 시간이 부족하다면
정원쪽만 구경하는것도 나쁘지 않을듯..
(물론 정원도 제대로 보려면 하루종일 걸림;;
너무 너무 넓다;; 도시락 필수 지참!)

옛날엔 이 넓고 미로같은 정원속에서..
수많은 왕족들과 귀족들의 로맨스(불륜)가 있지 않았을까? ㅎㅎ
... 수많은 똥들과 함께.. =_=
... 화장실이 없어서 똥을 피하기 위해 하이힐이 생겼다고..

파리는 온통 거리에 테라스가 있는 카페들로 가득하다.
여기서 사람들은 하루종일 커피와 술을 마시며 수다를 떤다.
철학 토론을 하는 카페까지 있다고..
(잠시 창업해볼까? 생각했지만.. .. 한국에서 하면 망하겠지? =_=)

수다와 산책과 독서와 사색을 사랑하는 파리 시민들..
낭만적이고 섬세하고 세련된..
여성들이 좋아할만한 도시랄까?

파리 여행 전후로 추천하는 영화가 있다.
바로 미드나잇 인 파리 ^^
<아를>
고흐 그림 중 '밤의 카페 테라스' 가 있다.
우연히 Get 하게 되어 집 거실에 놓아뒀는데 (물론 진품은 아님;;)
매일 보다 보니 '저기 진짜로 한번 가볼까' 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그 카페가 아직도 영업하고 있다고..


당연히 그 카페가 파리에 있을줄 알았는데..
아.. 그곳은 아를이라고.. 완전 프랑스 남부 끝..
우리나라로 치면 전남 순천 정도?? 였다;;

좀 고민했지만.. 결국 기차를 타고 아를로 향했다.
아를은 고흐의 도시다. 그가 한동안 머물며 그림을 그리고..
가난과 싸우고.. 고갱과 말다툼 후 자신의 귀를 자른곳이기도 하다.

특이한건 로마 원형 경기장이 남아있다는것..
그리고 실제 그림속의 그 카페도..
(아쉽게도 내가 간 날에는 문을 닫았다 ㅠㅠ)

하지만 매일같이 그림에서 보던 그 장면을
지구반대편에서 실제로 보게 되니.. 기분이 참 묘했다.

그날 돌아오는 길에 캄캄한 아를과 론 강 위로 비치는 별들을 보았는데..
나중에 다른 미술관에서 바로 그 장면을 그린 고흐의 그림을 보니
또 무언가 기분이 이상했다.


파리에서 제법 멀지만.. 고흐를 좋아한다면 추천..
조용한 프로방스 시골의 여유를 느끼고 싶다면 추천..
사실 지금 제일 생각나는건 아를 광장의 그 따뜻한 분위기.. ㅎㅎ


<아비뇽>
성곽으로 둘러 쌓인 고대의 중세 도시.. 아비뇽..
아비뇽은 교과서에서 배운 아비뇽 유수 밖에 기억이 안난다.
당시 세계 최고의 권력자 교황이 이런 시골 구석에 유배되어
무슨 생각을 하며 지냈을까..


<마르세이유>
마르세이유는 항구도시로 부산 느낌이 물씬 풍긴다.
이곳에 이프 섬이 있는데.. 알고보니 이 섬이
몽테크리스토 백작이 소설속에서 갇혀있던 섬이라고..
어릴적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복수혈전의 대명사..
그가 이를 갈며 복수를 다짐했던 섬이라니.. 신기하고 방갑고.. ㅎㅎ


<리옹>
구시가지의 시끌벅적한 선술집 거리가 매력있는 리옹..
여기서.. 한가지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1주일간 한국 사람 구경도 못한 내가 리옹에 있는 한국인 2명을
유랑에서 소집(?)하여 놀게 되었는데.. 이 둘이 덜컥 눈이 맞았다. =_=
아직 잘 사귀고 있을라나? ㅎㅎ 나에게 감사해야 한다.
.... 사실.. 남 커플이나 이어주고 있을때가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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