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구와, 흥건한 낭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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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때.. 대학로에서 자취를 했었다.
종종 친구들과 농구를 하러 가곤했는데
아직도 그 봄날의 캠퍼스 풍경이 떠오른다.
정문 오르막의 그 휘양찬란(?) 신입생 모집 동아리 게시판..
잔디 아래 빙 둘러앉아 수건돌리기 게임을 하고
고기를 구워먹던 청춘남녀들..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고 있던 아름다운 미대생들..
대학생들과 농구시합을 하면
나와서 재잘재잘 응원을 하던 여대생들..
우리가 공 잡으면 우우.. 야유를 퍼붓던.. ㅎㅎ
시합이 끝나고 친구들과 우리도 꼭 대학가서
이런 캠퍼스의 낭만 누리자고! 얘기하던 그 순간들..
15년이 넘는 시간이 흘러..
토익이다 어학연수다 각종 스펙쌓기로 삭막한 지금의 캠퍼스에도
예전의 낭만, 열정, 청춘의 흔적이 남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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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갓 군대 제대를 한 주인공 만섭이
대학에 복학을 하면서부터 시작된다.
그에게 같은과 선배는 시니컬한 얼굴로
무조건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라고 한다.
만섭의 대답.. [저는 연애하고 싶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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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답없는 그에게 아름다운 안나가 나타난다.
하지만 그녀는 강민이란 다른 남자를 좋아한다.
주인공 만섭과는 달리 잘생기고, 벤츠타는 완벽남..
대학때 같은과 여자얘를 좋아했는데..
그녀가 결국 다른 과의 키크고 잘생긴 남자와 사귀게 되었다.
영화속 강민이 그때 그 다른과 남자와 비슷하게 생겨서
이상하게 주인공 만섭에 감정이입이 되었다;;
안나는 강민에게 질투심을 유발하기 위해
주인공을 이용하고 이에 열받은 강민은
주인공과 족구대결을 펼치는데..
안나는 만섭에게 족구같은거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여자들이 싫어한다고.. 그러자 만섭의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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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이 싫어한다고
자기가 좋아하는걸 숨기고 사는것도 바보같다고 생각해요]
10년째 공무원 시험 준비하는 선배가
아무리 이야기해도 듣지 않는 만섭에게
너한테 족구는 뭐냐고 묻자..
[재밌잖아요] 웃으며 대답하는 만섭..
응답하라 1988의 정봉이형.. 능청스런 연기..
아...
세상 사람들이 다 싫어한다해도
내가 좋아하는걸 당당히 말할수 있는것..
재밌잖아요.. 라고 할때 그 만섭의 표정..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가슴속에서 올라오는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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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좋아하는걸 당당히 말하고 실제로 그렇게 살고있는가?
학생들은 스펙쌓기와 공무원 시험, 취업 때문에..
직장인들은 연봉과 승진, 그놈의 돈 때문에..
그리고.. 남들의 시선 때문에..
15년전 고등학생때 내가 대학 캠퍼스에 느꼈던
그 낭만과 열정이 사라졌다는것은..
우리 사회가 GDP 수치로만 발전했을뿐..
실제론 더 삭막해지고 팍팍해진게 아닐까..
주인공 만섭은 자기가 미래에서 왔다고 한다.
직장암으로 죽기직전에 천사가 내려와
과거로 돌아가게 해준거라고..
죽기직전에 자기가 진정 하고 싶었던걸 하는거라고..
족구와.. 아름다운 여자에게 고백하는것..
하긴.. 죽기직전에 공무원이 되는것이나
취업 따위가 무슨 의미가 있겠냐..
족구야 원없이 하고 대회 우승까지 했지만..
안나에 대한 그의 진실된 고백은..
결국 통하지 않았고.. 그녀는 강민에게 돌아간다.
사랑이란.. 참 뜻대로 되지 않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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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안나가 주인공 만섭의
따귀를 몇 대 때리며 자기 좋아하지 말라고 하는 장면에서..
어쩐지 서글픔이 밀려들었다.
대학때 나의 사랑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때의 그 잘생긴 다른과 남자분과 사귀고 있다.. 하하..
결과야 어찌되었든..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것은..
남 눈치따윈 보지말고 좀 더 재미있고 열정적으로
하고 싶은것을 해 보라는 것 아닐까..
그중에 남 눈치 보지 말고가 가장 중요한것 같다.
우리는 너무 남 눈치를 많이 본다.
혹자는 공자의 유교사상 때문이라며 공자와 정도전을 욕하던데..
어찌되었든 남이 뭐라고 하는게 무슨 상관이냐!
내가 좋아하고 만족하고 행복하면 그만이지.
지나간 시간은 되돌아오지 않는다.
Carpe diem..
독립영화지만 정말 괜찮은 영화다.
진지하게 풀었지만 굉장히 재미있는 영화다.
의외의 반전커플이 2커플 나오는데 이것도 재미있다.
명대사 [누나 사실 그날 밤 저 취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영화는 영화..
한편으로는 유쾌하지만.. 대학생들의 현실을 생각한다면
씁쓸한 영화가 될수도 있겠다.
선배와 만섭의 대화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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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너, 학교에 족구장 만들어 달라 그랬다며]
만섭 [네, 그렇습니다]
선배 [너네집 잘살아?]
만섭 [아닙니다]
선배 [그럼 넌 뭘 믿고 그렇게.. 낭만이 흥건하냐..
청춘이 영원할 것 같지? 학교에서 발 빼는 순간에
니 청춘이 니 뒤통수를 칠 꺼다..]
현실과는.. 늘 그렇듯
적절한 타협과 밸런스가 필요하다.
영화속 점심시간에 대학방송에서
문병란 시인의 젊음 이란 시가 흘러나온다.
읽는데 왠지 웃음과 슬픔이 같이 흘러나온다.
젊음
젊은이는 그 웃음 하나로도
세상을 초록빛으로 바꾼다.
헐렁한 바지 속에
알토란 두 개로 버티고 선모습
그들은 목욕탕에서
장군처럼 당당하게 옷을 벗는다.
달은 눈물 흘리는 밤의 여신
작약순은 뽀쬬롬히 땅을 뚫고 나오는데
8월의 뜨거운 태양아래
따리아는 온몸으로 함빡 웃는다
보라! 히말라야 정상도 발 아래
젊음은 그 몽둥이 하나만으로도
세상을 통째로 흥정할 수가 있지
프라타너스 넓은 이파리 아래서도
그들의 꿈은 하늘을 덮고
젊음아! 너의 몸둥인 황금과 바꿀수 없는
그 꿈 하나로도 세상을 이기고
슬픔은 축구공처럼 저만큼 날리고
오늘 밤 단 돈 만원으로도
그녀의 입술을 훔칠 수 있다
랄랄랄 휘파람을 씽씽 불 수 있다
... 단 돈 만원으로
그녀의 입술을 훔칠 수 있었던..
그 때가 문득 그립구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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